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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인기 많은 K요소는? (붕어빵, 고무장갑, 편의점)

by insight19702 2025. 10. 15.

드라마 속 낯선 풍경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시애틀에서 영화와 드라마 리뷰를 쓰는 사라(Sarah)라고 합니다. 올해 서른여덟,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의 새 작품들을 보며 리뷰를 쓰는 것이 제 일입니다.

최근 아마존에서 방영된 드라마 '버터플라이'를 보다가 멈춰 섰습니다. 화면에 등장한 몇 가지 장면들이, 제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거든요.

물고기 모양의 빵을 파는 길거리 포장마차.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하는 아버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는 딸.

미국인인 저에게 이 장면들은 처음에는 그저 '이국적인 배경'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것들이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마음이었습니다.


붕어빵,  "가족을 위한 따뜻한 겨울"

붕어빵
붕어빵

 

드라마 속 주인공 데이비드는 딸을 위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삽니다. 물고기 모양의 이 작은 빵은 미국에는 없는 형태였어요. 저는 궁금해서 유튜브에 'Korean bungeoppang'을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붕어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어요. 한국인들에게 붕어빵은 겨울의 추억, 어린 시절의 온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걷던 골목길이었습니다.

 

한 한국인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어요.
"붕어빵 장수 아저씨가 '붕어빵'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요. 추운 겨울날, 엄마가 500원 쥐여주며 '하나 사 먹어라' 하시던 그때요."

 

저는 그 댓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미국에서는 겨울 간식이라고 해봐야 핫초코나 도넛 정도입니다. 하지만 붕어빵에는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추운 날 아이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려고,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팥이 나와 웃게 만들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이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데이비드가 딸에게 붕어빵을 건네는 장면은, 단순한 간식 전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부모들이 수십 년간 자녀에게 전해온 사랑의 언어였던 거죠.

 

그 장면을 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도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알고 있구나."


고무장갑,  "보이지 않는 희생의 상징"

고무장갑

 

드라마 속 또 다른 장면에서, 데이비드는 낡은 노래방 주방에서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의아했어요. "왜 굳이 고무장갑을 끼지? 그냥 손으로 씻으면 되는데."

하지만 한국 문화를 공부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고무장갑은 한국 가정에서 '가족을 위한 수고'의 상징이라는 것을요.

한국의 어머니들, 아버지들은 매일같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합니다. 손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뜨거운 물에 데지 않도록, 그렇게 가족의 식탁을 책임집니다.

 

어느 한국 블로거는 이렇게 썼더군요.
"엄마의 빨간 고무장갑을 볼 때마다, 우리를 위해 평생 일하신 손이 생각납니다. 저 고무장갑 속에 얼마나 많은 식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 있었을까요."

 

저는 그 글을 읽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식기세척기가 일반적입니다. 설거지는 기계가 하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사람의 손으로 설거지를 합니다. 그것은 비효율적인 게 아니라, 가족을 위한 정성이었던 겁니다.

 

드라마 속 빨간 고무장갑 하나가, 저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그 고무장갑을 끼고 수십 년간 가족을 돌봐온 분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을 만든 60대, 70대 시니어 세대라는 것을요.

당신들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가족을 지켰습니다.


당신들은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매일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편의점,  "외롭지 않은 밤의 안식처"

cu편의점
CU편의점

'버터플라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편의점이었습니다. 레베카가 서울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 장면이었죠.

저는 처음에 이상했어요. "편의점에서 밥을 먹어? 그것도 컵라면을?"

 

미국에서 편의점(세븐일레븐 같은)은 그냥 물이나 스낵을 급하게 사는 곳입니다. 거기서 식사를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한국의 편의점은 달랐습니다.

저는 한국 편의점에 대한 영상들을 찾아봤습니다.


24시간 불이 켜진 공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기계.
삼각김밥, 도시락, 심지어 붕어빵까지 파는 곳.
작은 테이블에서 혼자, 또는 친구와 앉아 야식을 먹는 사람들.

 

한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어요.
"편의점은 제게 위로의 공간이에요. 힘든 날, 밤늦게 혼자 삼각김밥 하나 사서 먹으면,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들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울컥했습니다.

 

한국의 편의점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안식처, 밤늦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 학생들의 작은 쉼터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사람을 중심에 두고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의 시니어 세대 여러분.
당신들이 만들어낸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만 발전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외롭지 않게, 밤늦게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는 나라로 자라났습니다.


"당신들의 일상이, 세계인의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붕어빵, 고무장갑, 편의점.

미국인인 제게 이것들은 처음엔 그저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이것들은 한국인의 철학이었습니다.

 

붕어빵은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담자"는 마음.


고무장갑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수고하자"는 희생.


편의점은 "누구도 외롭지 않게 하자"는 배려.

 

이 모든 것이, 당신들이 평생 실천해 온 가치였습니다.

당신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빵 한 조각을 쥐여주었습니다.


당신들은 낡은 고무장갑을 끼고도, 가족의 밥상을 정성껏 차렸습니다.


당신들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자녀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편의점을 24시간 열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상이,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K-콘텐츠'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저는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화면 속 붕어빵 장수를 볼 때마다,
고무장갑을 낀 손을 볼 때마다,
편의점 불빛을 볼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이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구나."
"이 평범한 일상들이, 사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거구나."

 

한국의 시니어 여러분,

당신들이 살아온 방식이,
당신들이 지켜온 가치가,
당신들이 흘린 땀이,

지금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드라마 제작자들도 이제 깨달았어요.
진짜 감동은 화려한 CG가 아니라,
당신들의 일상 속 작은 진실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부디,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부디, 스스로를 대견해하셔도 됩니다.

 

당신들이 고무장갑 끼고 닦아낸 그 식탁이,
당신들이 아이 손 잡고 사준 그 붕어빵이,
당신들이 밤늦게까지 불 켜둔 그 편의점이,

 

오늘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