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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울었습니다" – 몽골 청년 바야르의 사연

by insight19702 2025. 10. 16.

 최근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울병'이라는 단어가 화제입니다. 한국 여행 후 돌아가자마자 서울을 그리워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감정은 비단 중국 청년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이 특별한 감정, 오늘은 몽골 출신 청년 바야르의 편지를 통해 그 마음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진짜로 울어버렸습니다"

 

북촌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

안녕하세요. 저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온 27살 청년 바야르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지만, 올해 5월 처음으로 한국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드라마 <동이>를 너무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한국은 제게 특별한 나라였죠.

한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너무 놀랐습니다. 인천공항의 질서정연함, 지하철 노선의 편리함, 그리고 어디서든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 몽골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죠. 서울에서 첫 3일은 거의 눈물날 정도로 벅찼습니다. 단순히 도시가 발전해서가 아닙니다.

첫날 명동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한 아주머니가 직접 50미터를 따라오시며 제가 찾는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손짓 발짓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니 "괜찮아, 괜찮아" 하시며 웃으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편의점에서 한국 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뒤에 줄 서 있던 젊은 청년이 천천히 동전을 보여주며 "이게 500원이에요, 천천히 하세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어느 작은 김밥집에서는 제가 한국어 메뉴판을 보고 어리둥절해하자, 60대로 보이는 사장님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메뉴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하시며 웃으시던 그 모습에서 저는 몽골에 계신 제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작은 음료수 하나를 "서비스"라며 건네주셨죠. 그 순간 제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특히 마지막 날, 북촌한옥마을을 걷다가 우연히 어르신 두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 분이 제게 먼저 말을 거셨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영어로 대답하자,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영어로 "몽골! 아, 우리 이웃나라!"라고 하시며 반가워하셨죠. 그분들은 저를 차 한 잔 마시자며 작은 전통찻집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거기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이후의 폐허에서 어떻게 나라를 재건했는지, 70~80년대에 어떻게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했는지, 그리고 자식들이 대학에 가고 지금의 한국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한국은 원래 힘든 역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어. 너희 몽골도 그런 나라야. 우리는 서로 배울 게 많은 친구 나라야"라고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그날 저는 정말로 울었습니다. 찻집 밖 좁은 골목길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 배움, 여행 같은 것들이 한국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을 통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그 정성이, 저 같은 이방인에게까지 전해진다는 사실에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병이 저에게도 왔습니다"

김치찌개
김치찌개

한국을 떠난 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지만, 저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서울의 날씨를 확인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며 "서울은 지금 비가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죠. 인스타그램에는 '서울병'이라는 해시태그로 매일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저도 그 해시태그를 매일 검색합니다. 중국 SNS에서는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친구들은 말합니다. "그냥 여행이 좋았던 거 아냐? 새로운 곳은 다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라고. 하지만 저는 압니다. 단순한 여행의 설렘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정(情)'이 있기 때문에 그립다는 것을요.

저는 이전에 러시아, 중국, 일본도 여행했습니다. 각각 멋진 경험이었지만, 한국처럼 마음 깊숙이 들어온 곳은 없었습니다. 일본은 정확하고 체계적이었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있었고, 중국은 거대하고 웅장했지만 개인적인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대해주는 그 문화, "빨리빨리" 하면서도 절대 타인을 소홀히 하지 않는 그 균형, 최첨단 기술과 깊은 전통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그 조화로움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몽골에 돌아온 뒤에도 저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온라인 한국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단어들을 배울 때마다 서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주말에는 한식 요리도 연습합니다. 김치찌개, 불고기, 비빔밥을 만들어보며 그때의 맛을 재현하려 노력하죠. 물론 완벽하지 않지만,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한국과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밤에 잠들기 전, 유튜브에서 서울의 거리를 걷는 영상을 봅니다. 홍대의 밤거리, 한강 공원의 저녁 풍경, 광장시장의 활기찬 모습… 화면 속 서울을 보며 저는 다시 그곳에 있는 상상을 합니다. 언젠가 다시 한국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친구로, 한국어로 인사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북촌에서 만났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 만나 "다시 왔습니다, 기억하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나라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한국의 어르신들께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살아오신 그 고단했던 시간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흘렸던 땀, 자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참았던 그 모든 순간들이 만든 대한민국은, 지금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깊은 밤에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의 안전함이 있으며, 낯선 외국인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국민의 정이 있고, 수백 년 된 한옥과 최첨단 마천루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전통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제가 느꼈던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 '편리하고 발전한 나라' 이전에, '사람 냄새 나는 나라'였습니다. 기술은 모방할 수 있고, 건물은 따라 지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씨와 문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진 그 따뜻함,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 낯선 사람도 "우리"라고 부르는 그 포용력은 여러분 세대가 물려준 가장 귀한 유산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세대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배고프던 시절을 견디며 일궈낸 오늘의 한국을, 저 같은 몽골 청년이 동경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 세대가 만든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를 열광케 하는 것도, 결국은 여러분이 닦아놓은 기초 위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부디 자부심을 가지세요. 때로는 젊은 세대가 한국을 비판하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어디서든, 한국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외국인들은 압니다. 한국이 얼마나 특별한 나라인지를요. 한국은 누군가의 꿈이고, 누군가의 희망이며, 누군가가 평생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저 바야르에게는, 비록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평생 가슴에 남을 '두 번째 고향'입니다. 언젠가 제가 몽골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성공한다면, 그 시작점에는 한국에서 받은 영감과 감동이 있을 것입니다. 한국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워하세요. 여러분이 만든 나라는 아름답습니다.

 
 
 
 
재시도